커피에 관한 이야기

브루잉커피를 추출할 때 필터 린싱은 정말 중요한 챕터일까.

Mattybrew 2023. 8. 16.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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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t Filter.

 

한 카페에 들어가서 필터 커피를 주문해 본다고 치자. 우리는 가까운 바 자리에 앉을 수도 있고 뒤쪽에 마련된 넓은 공간 또는 좁은 공간에서의 의자에 앉아 바리스타의 행동을 지켜볼 수가 있다. 바리스타는 서버 위에 준비해 둔 드리퍼를 올려두고 필터를 한 장 끼우고는 물을 이용해 필터를 한번 적셔준다. 그러고는 그라인딩 된 원두를 붓고 원하는 물 온도를 설정해 커피를 추출한다. 비록 이 과정 중 필터를 물에 적시는 행위를 뺄 수도 있다. 선택사항이지 의무적인 사항은 아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기를 필터를 물에 적시지 않고 그 위에 분쇄된 커피를 부어 추출을 하고 나면 커피에서 필터의 향, 즉 종이의 향이 배어져 나온다는 이야기를 하고는 한다.

 

나 역시도 공감하는 이야기다. 필터를 물로 적시지 않고 커피를 추출하면 부정적인 떫은맛이 더욱이 올라오는 것 같다. 이 떫은맛은 종이의 향으로 유추를 하게 되고 전체적인 커피 밸런스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 같아 필터를 적시지 않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다. 그리고 처음 커피를 배우고 자연스레 접하고 익히게 되면서 필터 커피를 추출하다 보면 자연스레 필터를 물로 적셨다. 그러한 배움의 과정도 있었고 또한 개인적인 견해에서도 적시는 것이 훨씬 깔끔한 추출의 결과물을 가져온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문득 유튜브를 통해 새로운 영상을 하나 보았다. 9개월 전에 업로드된 영상인데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인 Hide Izaki의 브루잉 레시피. 그는 영상 초반부에서 이런 말을 한다. "Use Abaca. And then you don't really need to wet the filter." "아바카 필터를 사용하세요. 그럼 당신은 필터를 적시지 않아도 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Ly7hQEzH8lw&t=154s

영상

 

그렇게 실험해 보기로 했다.

 

그렇게 실험해보기로 했다.

 

궁금증과 약간의 의혹을 붙여버린 이 영상으로 인해 15일, 어제 오후에 커피 한 잔을 더 마셔보기로 했다. 필터를 적시지 않아도 종이 맛이 나지 않는다는 거지? 하고 말이다. 비록 집에는 아바카 필터는 없다. 오레아 V3를 구매 후 계속해서 아바카 필터를 구매하고 싶었지만 어떠한 이유는 없이 여전히 구매를 하지 않고 있다. 아무튼, 아바카 필터는 비록 아니더라도 집에 있는 필터를 기준으로 한번 추출은 해보자.라고 마음을 먹었고 하리오 필터와 칼리타 웨이브 필터 중 고민을 하다가 더욱 자주 사용하는 필터를 사용해야 더욱 느껴볼 수 있겠지 라며 칼리타 웨이브 필터를 오레아 드리퍼에 적용하고 커피를 추출하기로 했다.

 

오늘 원두는 최근 구매한 Three Marks Coffee의 페루 워시드다. 원두 사용량은 16.4g을 사용했다. 코만단테 기준으로 25 클릭으로 분쇄를 하였다. 그리고 영상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오랜만에 필터를 물에 적시지 않고 필터 위에 바로 분쇄된 원두를 부어줬다. 그리고 평평하게 맞춘 후 94도의 끓어오르는 물을 준비해서 커피를 추출할 준비를 마쳤다.

 

https://livinginspontaneously.tistory.com/69

 

#22 원두 경험 [ Three Marks Coffee ] - Peru Eli Chilcon Washed

원두 리뷰 : Three Marks Coffee 어느덧 8월도 중순으로 향하고 있다. 지난 7월 말로 넘어가기 직전에 구매했던 아이덴티티 커피랩의 원두들도 어느덧 소진이 되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 8월을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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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싱을 하지 않았다.

 

또한 그의 브루잉 레시피에서 커피를 추출하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레시피도 존재하는데, 그는 뜸을 들이는 과정과 1차 추출에서 최대한 천천히 그리고 젠틀하게 커피를 배드에 최대한 붙여서 추출을 한다. 그리고 처음에는 스월링도 한다. 마지막으로 그는 커피에 물을 부을 때, 어느 정도 높이를 두고 낙차를 이용하여 물을 붓는다. 낙차를 주어서 커피를 추출하여 커피 배드 안쪽까지 물을 들어가게끔 도와주고 또한 필터의 가장자리를 적시면서 미분을 씻겨준다고 한다. 이 부분에서 그와 안스타님의 이야기하는 장면들이 재미있기도 하다.

 

어쨌든, 그의 레시피를 조금 빌려 약간의 수정사항을 거친 후 커피도 추출했다. 다른 도징량 사용을 필두로 최대한 낙차를 줄이고 천천히 그리고 젠틀하게 물을 뜸 들일때와 1차 푸어에서 부어주었다. 그리고 스월링도 살짝 해줬다. 마지막으로 100g의 물을 부을 때는 그가 영상에서 말했듯이 일정한 높이를 주고 물을 부어주면서 벽면의 미분을 씻겨 내려가기 위해 약간 적셔주면서 커피를 추출했다. 커피는 약 2분 30초 에서 추출이 마무리되었고 오늘따라 색이 갈색으로 변한 필터를 볼 수 있었다. 

 

과연 맛은 어떨까?

COFFEE

 

맛은 상당히 좋았다. 비록 영상을 보고 호기심으로 인해 뇌가 이미 지배를 당해버렸을 수도 있지만, 종이 향은 사실 찾아보기 어려웠다. 캐러멜의 깊은 농도와 더불어서 오렌지의 산도와 단맛 그리고 노트에는 기재되어 있지 않은 핵과류의 향까지 느껴졌다. 말랑한 복숭아가 생각나는 맛이랄까. 우려했던 것보다 훨씬 커피가 맛있게 추출되어 놀라웠다. 필터를 적시지 않아도 정말 종이의 향이 그렇게 베기지 않잖아? 하고.

 

지금까지 어쩌면 갇혀있던 생각을 약간 변하게 해주는 경험을 한 것 같은 기분이다. 필터를 적시지 않으면 종이 향이 나고 추출된 커피에서 부정적인 맛을 더해준다. 하지만 이번 비록 한 번의 테스트지만 필터를 물에 적시지 않고 추출해도 커피에서 종이 향으로 부정적인 결과물을 느껴지지는 않는다. 더 많은 테스트와 아바카 필터를 구매해서 또 한 번 커피를 추출해 봐도 재밌을 것 같다. 

 

커피에는 정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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