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립백을 더 간편히 내리는 방법?
드립백을 자주 사용하시나요? 저는 자주 사용하는 편은 아닙니다. 우연찮게도 선물을 받았다던지 또는 온라인을 통해 원두를 구매했을 때, 간혹 가다 로스터리에서 보내주는 드립백을 보관하다가 문득 기억이 나면 어떤 맛일까? 하고 내려 마시고는 합니다. 정식적으로 구매하는 경우는 사실 제대로 없는 것 같습니다. 최근 대만 여행을 다녀오면서 대만의 Oasis Coffee에서 구매한 것 이외에는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이 나지는 않네요. 아마 집에 그라인더와 브루잉 셋업들이 준비가 되어 있다 보니, 자연스레 드립백이 집에서는 크게 필요가 없으니?라고 생각이 드는 것 같네요. 여행 갈 때 그럼 드립백이 있으면 편하지 않나요?라고 물어보신다면 저는 여행 중 시티로 간다면 커피를 사 마시는 편이고, 시티가 아닌 곳으로 간다면 커피 도구들을 챙겨가 내려마시기 때문에 또다시 드립백에 대한 의존도가 높지는 않습니다.
최근 선물 받은 드립백, 그리고 구매했을 때 서비스로 챙겨준 드립백이 어느덧 세 개가 되면서 서랍을 열 때마다 이 드립백을 언제 마시지? 하고는 생각했는데, 드립백을 가끔 마실 때마다 아쉬운 점이 들었습니다. 일단 첫 번째로 드립 백 안에 평소 브루잉 커피를 마실 때 보다 작은 용량의 원두가 담겨있다는 점. 그리고 과연 분쇄된 원두가 담긴 봉투 안에서 향미가 잘 보존될까? 하는 의문점. 또한 드립백을 펼쳐 컵에 받쳐 추출을 할 때, 의외로 푸어 속도가 느려 분쇄된 커피 안으로 물이 잠긴 시간이 길다는 점. 또한 추출을 하면서 작은 머그잔을 사용하면 추출되어 가는 커피가 잔 위로 차오르면서 드립백 필터 밑바닥에 닿인다는 점 등. 생각보다 개인적인 문제점들이 많이 느껴졌었습니다.
그러던 중 유튜브 구독을 하고 있는 "남자 커피"의 유튜브를 보다가 새롭게 포스트 된 영상이 있었는데, 드립백을 더욱 쉽고 맛있게 마시는 방법이라는 짧은 영상이었습니다. 그렇게 그 방법에 호기심이 들었고, 그 방법을 사용해 보기로 하였습니다.
오늘 준비한 드립백은 부산의 모모스커피에서 나오는 블렌드 중 하나인 '부산' 블렌드의 드립백이다. 우연찮게도 대만 여행을 갔을 때 The Folks라는 카페에서 사장님에게 선물을 받았다. 고이고이 모셔두던 드립백은 한 달이 지났고, 질소포장된 드립백을 이번 테스트를 위해 뜯어보기로 했다.
커피를 붓다.
보통 드립백을 뜯으면 양 옆에 날개 부분을 벌려 컵에 걸쳐 준비를 합니다. 하지만 영상에서는 드립백 안에 담긴 분쇄된 원두를 먼저 준비된 잔에 붓습니다. 드립백에 담긴 원두의 용량은 10g이고, 영상에서 나오는 대로 커피를 준비된 서버에 부었습니다. 그다음으로 한쪽으로 쏠려 마치 산처럼 봉긋 솟아오른 분쇄된 원두를 평평하게 맞춰주기 위해 서버를 손으로 잡고 살살 흔들어 주었습니다. 브루잉 커피를 내리면서 드리퍼에 원두에 부어 평평하게 해 주듯이 똑같이 서버에 담긴 분쇄된 원두를 평평히 맞춰놓았습니다.
바로 물을 붓다.
다음으로 분쇄된 원두에 끓인 물을 바로 붓습니다. 뜸 들이기 등 아무 상관없이 200g까지 천천히 일정한 속도로 부어주었습니다. 물의 온도는 모모스 드립백 뒤편에 추천하는 물의 온도 범위가 90-93도라고 명시되어 있어 93도로 설정하고 부었습니다. 200g까지 물을 다 붓고 잠시 기다리면 무거운 입자들이 위로 떠오르는 걸 볼 수 있습니다. 그 입자들을 가볍게 안으로 밀어 넣어 저어주면서 마치 교반형태의 느낌으로 저어주었습니다.
2분 30초까지 기다리면서, 사전에 드리퍼에 필터를 끼워 넣어 린싱을 시켜놓았습니다. 시간이 다 되면 잔 과 드리퍼를 준비하여 잔 위에 드리퍼를 올려놓은 다음. 서버에 담긴 커피와 물을 드리퍼 위로 부어줍니다. 자연스레 입자들은 드리퍼에 남게 되고 커피는 필터를 통해 다시 한번 걸러져 추출이 됩니다. 드리퍼를 통과하는 시간은 약 1분 10초 정도 소요 된 것 같습니다.
유튜브 영상에서는 비록 시간을 기다린 후 다시 드립백 날개를 펼쳐 잔에 걸쳐 놓은 다음 드립백 필터 위로 다시 부어주었는데, 이 부분에서는 조금 다르게 사용했습니다. 작은 드립백에 가득 담긴 물과 물을 잔뜩 머금은 원두를 부으려면 여러 차례 나눠 부어야 하는데 그것보다 조금 더 시원하게 붓고 싶었고, 드리퍼를 통해 또 다르게 커버업 되는 느낌이 있을까? 궁금해서 하리오 V60 드리퍼를 사용해 부었습니다. 이 부분에서는 예전에 한창 터키식 커피가 유행할 때 한번 접해본 경험이 납니다. 뜨겁게 달궈진 모래에 커피를 끓인 후 드리퍼를 통해 한번 더 걸러서 주는 걸 마셔본 적 있었는데 나름 괜찮았던 기억이 났고, 드립백을 보다 맛있게 마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 드리퍼로 걸렀습니다.
걸러진 물에 젖은 분쇄된 원두와 서버에 남긴 역시 물에 젖은 원두는 쓰레기통으로 버리고 커피를 마셔보았습니다.
확실히 이전에 느꼈던 드립백에서 아쉬운 점이 보완되었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서 인지 전체적으로 농도가 굉장히 올라간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1:20의 비율로 추출했음에도 불구하고 '부산' 블렌드에서 느껴지는 농후한 단맛과 뒷 맛에 올라오는 약간이 기분 좋은 산미가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전체적인 밸런스가 굉장히 좋은 커피를 마신 느낌이었다랄까. 이전에 드립백을 마시다 보면 전체적인 농도 또는 테이스트가 아쉬웠어서 괜히 다 마시고도 부족하게 마신듯한 찜찜한 기분이 들었는데, 이번 방식으로 추출한 드립백은 이전의 아쉬웠던 점을 완전히 보완해 주는 느낌이었습니다. 만약 드리퍼도 없고 드립백만으로 집에서 마시거나 아웃도어 상황에서 즐긴다고 한다면 드립백 필터를 다시 벌려 사용해서 이 방식으로 커피를 추출하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난 요소인 것 같습니다. 마치 클레버를 사용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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