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박스를 제작한다면?
하루 전 브루잉 바를 정리하고 서랍으로 넣을 것은 넣으면서 정리한 후 그다음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매번 다이소에서 구매한 작은 쓰레기통으로 그라인딩후 남은 원두가루들을 쓸어 버리고는 했는데 쓰레기통 즉. 작은 넉박스 (원두받이) 통을 만들어서 서랍 안으로 넣어놓고 쓰면 어떨까? 싶어 만들기 시작했다.
계획은 그라인딩 후 그라인더 안에 남은 원두가루와 테이블 위에있는 자그마한 먼지들을 몸을 숙여 쓰레기통을 들고 올리지 않고 서랍만을 열어서 바로 붓으로 쓸어내리면 될 것 같은데, 저 공간에 딱 맞을만한 사이즈의 박스가 필요했다. 세로 15cm 가로 11.5cm의 공간에 들어갈만한 상자가 뭐가 있을까? 저 작은 곳에 위치하기 위해 일단 박스를 공급해야 했다.
그렇다면 제작을 해보자.
물건을 구매하면 택배는 항상 오니까 문득 문 밖에 집을 나설때 버리려고 내버려둔 작은 박스가 생각이 났다. 곧 여행을 갈 예정인데 그 여행에 맞춰 고체치약을 구매했다. 저 박스면 딱 되겠다! 싶어 바로 박스를 가져왔고 가로 사이즈는 딱 11.5cm 박스여서 더군다나 너무 좋았다. 세로 사이즈에 맞게끔 재단을 하고 자른 만큼 안으로 밀어 넣어 다시 박스를 이어 붙였다.
가로 세로는 맞췄는데 서랍에 대어보니 쏙 들어갔다. 하지만 그냥 박스채로 넣어두면 원두가루들을 매일 비울것은 아니니까 냄새가 다 배길 것을 방지해 돔 형식의 뚜껑이 필요했다. 문 밖에 축구공 받침대를 만들려고 내버려두었던 자그마한 박스 하나 더 챙겨 와서 밑 부분보다 약간 크게 잘라 덮개로 활용하니 딱 사이즈가 좋았다!
다만 뚜껑이 생기니 높이가 높아져 서랍이 닫히지 않았고 밑부분. 넉박스 높이 부분을 약 2cm정도 잘라냈다.
그러고 덮어 씌운채 서랍을 닫으니 사이즈가 딱 맞았다!
다음으로는 밋밋해 보이는 박스에 색감을 입혀야 될 것 같았다. 그대로 넣어두면 너무 없어 보이고.. 그럴 바에는 쓰레기통을 쓰거나 다이소에 다시 가서 서랍에 들어갈 만큼의 박스를 사 오는 게 나을 테니 말이다.
어떤 디자인을 참고했냐면
색칠은 아크릴 물감을 이용했다. 그리고 디자인은 예전부터 덴마크에 지내면서 쓰레기통이 참 색감이 너무 좋았다. 키위를 연상케 하는 연두색과 노란색을 섞은 듯한 바탕에 파란색으로 하트가 그려져있던 그 길거리 쓰레기통.
쓰레기통에 저렇게 작게끔마냥 붙여져 있는 경우도 있는데 다른 쓰레기통은 전체가 저 디자인인 쓰레기통도 있다. 그냥 쓰레기통인데 디자인이 참 이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잘 버려주고 싶다는 그런 생각? 그리고 왼쪽면에 작게나마 뭐를 올릴 수 있는 수납칸이 있는데 저곳에 덴마크인들은 자신들이 필요 없고 먹지 않는 것들을 올려두면 홈리스분들이 돌아다니며 가져가서 먹는다고 한다. 참 아이디어가 좋은 쓰레기통이다.
아무튼 저 디자인이 옛날부터 마음에 들었고 언젠가는 활용하고 싶었는데 마침 나도 원두가루지만 쓰레기들을 버리는 행위이니 똑같은 디자인으로 하자 라는 마음으로 색을 덧칠했다.
아크릴 물감으로 바탕이 되는 노란색을 덧 발라주고 어느정도 마르면 파란색으로 안쪽면을 칠해준 다음 최종적으로 안과 밖이 다 마르면 겉에 하트를 4면에 다 하나씩 그려줬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뚜껑 가운데 큰 하트를 그려 완성했다.
서랍형 넉박스 D.I.Y
어설프게 보일수도 있지만 나는 너무나 만족스럽다.
막상 칠해보니 너무 재밌었고 저 하트를 만드느라 나름 애를 먹었다. 미술에 큰 자신감은 없지만 하는 내내 재밌고 막상 완성이 되니 이쁘고 마음에 들었다!
최종적으로 완성 후 커피한잔을 마셨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언제나 변함없이 정리를 하며 붓을 들고 남은 원두가루들을 쓸어 담았는데 너무나 만족스러웠다.
크게 불편한점도 없었고 고개를 숙이지 않고 쓸어 담으니 원두가루가 다른 곳으로 튀는 일도 없고, 또한 쓰레기통을 사용할 때는 애매하게 걸려 쓰레기통이 더러워지거나 서랍 손잡이 쪽이 더러워질 때가 있었는데 서랍식으로 만드니 쓱 쓸어 붓고 뚜껑을 닫고 다시 서랍만 닫으면 되게 간단하게 청소를 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는 비닐을 끼워 어느 정도 쌓이면 비닐만 가져가서 큰 쓰레기통에 원두를 탈탈 털고 비닐을 다시 꼽아 놓으면 되니 너무나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만드는데 생각보다 시간은 오래 걸렸지만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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