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astery is Clarimento.
클라리멘토에서 처음으로 원두를 구매했다. 여름을 대표하는 커피 생산지는 어디가 있을까, 여러 나라 중에 가장 먼저 생각나는 나라는 두말할 것 없이 에티오피아이다. 에티오피아 특유의 향과 깔끔함, 그리고 마셨을 때 군더더기 없는 깨끗함을 표현하는 커피. 에티오피아 커피를 마시면 꽃 향이 대표적으로 표현된다. 최근 들어서는 정말 다양한 노트들이 표현되고 다양한 농장주에서 잊을 수 없을 만한 맛있는 커피를 내놓음으로써 우리는 커피 한 잔에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나에겐 에티오피아 원두가 그렇다. 처음에는 꽃 향과 시원함으로 무장한 에티오피아 커피를 마시면서 시간이 지나서는 복숭아가 진하게 올라오는 에티오피아 커피를 마셨고 그다음으로는 상큼함과 더불어, 블루베리의 노트를 가진 에티오피아 커피를 참 맛있게도 마셨었던 기억이 있다.
여전히 에티오피아는 그런 노트들을 가진 커피들을 많이 소개해준다. 꽃 향이 시원하게 올라오거나 과일의 다채로운 향이 올라오고 특히 더운 여름철에는 시원하게 마실 수 있는 에티오피아 커피, 근데 문득 든 생각은 올해는 에티오피아 커피를 수 없이 많이 마셨지만 가장 좋아하는 탑 노트라고 볼 수 있는 블루베리의 노트를 가진 커피를 마셔보지 못했다. 나름 아쉬웠다. 에티오피아 커피를 마시면서 가장 좋았던 노트가 무엇인가요?라고 물어본다면 당연하게도 " 꽃 향도 좋지만 저는 블루베리가 너무 좋아요. 상큼하고 시원하고, 마시면 청량감이 너무 좋아서 기억에 계속해서 남거든요 "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하지만 올해는 블루베리 노트를 가진 에티오피아 커피를 마시지 못했다.
Here, Blueberry.
그렇게 여름 내내 커피를 마시고 커피를 구매하는 반복적인 일상을 보내면서도 문득문득 블루베리 노트를 가진 커피가 그리워 검색을 했던 순간들이 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커피를 원하면 원두 패키지가 마음에 안 들었다던지, (원두 패키지를 구매하는 소비자 입장에서 많이 보는 편이다) 또는 패키지가 마음에 드는 로스터리라서 찾아보면 블루베리 탑 노트를 가진 에티오피아 커피는 없었다던지 또는 만약 두 가지를 다 충족했더라도 가격대가 비교적으로 높았다던지, 여러 가지 문제로 놓치고 찾지 못하고 하던 순간들이 있었다. 그러던 중 SNS 돋보기 칸을 열심히 스크롤하던 중 하나의 원두 패키지가 눈에 들어온 적이 있었다. 카페 이름은 클라리멘토인데, 한국에 위치한 로스터리이다. 되게 귀여우면서도 색 표현을 잘했다.라는 느낌을 참 많이 받았고 마음에 들었던 패키지를 잊지 말자 하는 마음으로 하나의 게시물을 저장해 놓고 시간을 또다시 보냈었다. 패키지를 보면 아일랜드의 캘린더 커피 (Calender Coffee)가 어렴풋이 떠오르기도 한다. 그들의 커피를 맛있게 마셨었는데 더욱 접해보지 못해서 아쉽기도 하다. 그런 의미로 클라리멘토 커피 패키지가 인상적이고 길고 긴 여운을 가져다주었다.
이번 달은 어떠한 원두를 구매해 볼까 하며 웹 서핑을 하던 도중 이전에 저장해 둔 게시글이 무엇이 있을까? 하고 다시 찾아보고는 했는데, 클라리멘토가 다시 눈에 들어왔고 그들이 운영하는 스토어를 방문했었다. 정말로 감사하게도 그들은 현재 에티오피아 원두를 판매하고 있었고 더군다나 블루베리 탑 노트가 기재가 되어 있었다. 어쩌면 이것은 이번 기회를 통해 이 로스터리를 즐길 수 있는 완벽한 기회가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구매를 했다.
에티오피아 낸세보는 포도와 블루베리 보라색의 뉘앙스들이 앞쪽에서 표현이 되고 마실수록 커피는 노란색 계열의 밝으면서도 따뜻한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커피와 같다고 그들은 기재했었다. 로스팅 날짜는 8월 31일이었고, 원두를 처음 받은 날은 9월 3일이었기에 더욱이 많은 디개싱 기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생각이 들었다. 앞전에 받아놓았던 커피 콜렉티브 커피를 먼저 즐기면서 또 다른 에티오피아 커피를 마시기만을 기다리다가 도저히 참지 못하고 완벽한 디개싱이 안되었음을 알았음에도 결국 클라리멘토의 에티오피아 원두에 손을 대어버렸다.
Blueberry and Grape
로스팅 날짜가 얼마 흐르지 않았기 때문에 커피는 전체적으로 제대로 발현이 되지는 않겠다고 예상은 했었다. 코만단테 클릭 기준으로 25 클릭과 한 번은 27 클릭으로 진행을 했고 원두 사용량은 12g 그리고 이틀이 더 지나서는 15g의 원두를 사용했다. 에어로프레스와 푸어 오버 두 가지 버전으로 커피를 내렸었고 전체적으로 커피는 아직은?이라는 표현이 맞겠지만 그들이 말하는 탑 노트의 노트들이 슬금슬금 올라오는 느낌이 들었다. 제일 처음으로 분쇄를 해서 커피를 마셨던 날은 더욱이 표현이 적었다. 커피에서 나오는 표현들. 바디감이 오히려 무겁고 커피의 전체적인 노트 밸런스들은 많이 묻히는 느낌이었지만 이틀 후 다시 커피를 마시고 원두 도징량을 올려 한 잔의 커피로 완성시켰을 때는 보다 바디감은 적당함을 유지했고, 슬며시 노트들이 표출되기 시작했다. 가장 탑 노트로 다가온 것은 포도다. 캠벨 포도를 연상시키는 단맛과 육즙이 가득하다고 할까, 그다음으로 커피는 블루베리의 상큼함과 적당한 당도가 전체적으로 커피를 감싸 안은 느낌이었다. 또한 푸어 오버로 마셨을 때보다는 에어로프레스로 추출했던 커피에서 더욱 노트의 표현이 잘 구성되었었다.
그리고 더욱 좋았던 점은 9일 커피를 마셨을 때였다. 그라인딩 하던 순간부터 더욱 향미가 강력해졌고 커피를 추출함에 이르렀어도 향은 계속 유지가 되어 방 안을 가득 채우는 느낌이었다. 커피를 추출하고 한 김 식히며 커피를 마셨을 때는 그토록 기다리고 기다리던 블루베리의 노트가 가장 먼저 선두주자로 달려오는 기분이었다. 블루베리의 상큼함과 달달한 농도가 앞서 이르더니, 후반부에 갈수록 점차 옅은 노란 계열의 노트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상큼하면서도 따뜻한 단맛을 유지시켜 주는 노란 계열의 무엇인가. 보라색에서 노란색으로 이어지는 이 커피가 올여름의 마지막 에티오피아 원두가 될 것 같다. 마지막을 만족시키게끔 마무리해 준 것에 너무나 감사하고, 에티오피아 원두를 끝없이 마실 수 있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다. 클라리멘토의 에티오피아 원두는 밝은 뉘앙스들을 많이 표현해 준다. 나는 밝은 커피를 사랑하고 화사한 것들을 사랑한다면 이 원두가 두말할 것 없이 완벽한 커피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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